반응형 현대시73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시 수집 117)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가로놓여 있다.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너스들 앞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 2025. 5. 14. 신경림, <우리 동네 느티나무들> (시 수집 115) , 신경림 산비알에 돌밭에 저절로 나서 저희들끼리 자라면서 재재발거리고 떠들어쌓고 밀고 당기고 간지럼질도 시키고 시새우고 토라지고 다투고 시든 잎 생기면 서로 떼어주고 아픈 곳은 만져도 주고 끌어안기도 하고 기대기도 하고 이렇게 저희들끼리 자라서는 늙으면 동무나무 썩은 가질랑 쓸적 잘라주기도 하고 세월에 곪고 터진 상처는 긴 혀로 핥아주기도 하다가 열매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머리와 어깨와 다리에 가지와 줄기에 주렁주렁 달았다가는 별 많은 밤을 골라 그것들을 하나하나 떼어 온 고을에 뿌리는 우리 동네 늙은 느티나무들 1. 농민시인 신경림의 자연에 대한 관찰력 '농민시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인 중 한 명인 신경림 시인. 그는 에서 엿볼 수 있듯 농민의 고달픈 삶, 농촌의 현실 등 농촌과 관련된 시.. 2023. 9. 27. 이성복, <꽃 피는 시절> (시 수집 102) , 이성복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입가에서 잔잔한 웃음이 되려 하셨지요 부르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생각지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당신이 올 때면 먼 발치 마른 흙더미도 고개를 듭니다 당신은 지금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벗고 싶어 몸부림하지만 내게서 당신이 떠나갈 때면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난 몸뚱이 갈가리 찢어지고 나는 울고 싶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켜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회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낼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아득합니다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 같습니다.. 2023. 8. 1. 기형도, <빈집> (시 모음 101)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1. 기형도 시인에 대해 기형도 시인은 1960년 옹진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집은 아버지 덕분에 유복했지만, 아버지가 쓰러지고 몇 년 뒤인 1975년, 누나마저 사망하면서 시련을 겪습니다. 이때 기형도 시인은 시를 쓰기 시작했죠. 연세대에 입학한 뒤에 원래는 정법대에 다녔지만 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시 활동을 활발하게 합니다. 이후 1981년, 등을 발표했죠. 이후 시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첫 시집 발간을 준비.. 2023. 7. 31. 피천득, <1945년 8월 1 5일> (시 수집 99) , 피천득 그때 그 얼굴들. 그 얼굴들은 기쁨이요 흥분이었다. 그 순 간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요 보람이었다. 가슴에는 희망 이요, 천한 욕심은 없었다. 누구나 정답고 믿음직스러웠다. 관이 뚫리는 것 같았다. 같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모두 다 '나'가 아니고 '우리'였다. 1. 피천득 수필가가 아닌 시인으로서 피천득. 아마 우리는 수필가로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피천득 작가는 많은 시작 활동을 한 시인이기도 하죠. 순수한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는 피천득 시인의 시 중 하나인 . 이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만큼 순수한 감정이 어디에 있을까요. 광복을 맞이한 사람들의 감정을 다룬 시입니다. *피천득 시인이 더 궁금하다면? https://c-knowledge.tistory.com/35 피천.. 2023. 7. 26. 이전 1 2 3 4 ··· 1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