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감성시4 정호승, <너에게> (시 수집 113)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꽃들이 되어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1. 소외된 존재에 대한 따스한 사랑, 정호승 시인의 시 정호승 시인의 시는 소외된 이들을 어루만지는 따스함과 애정이 가득한 시입니다. 소외된 존재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관심도 잘 받지 못한 채 힘든 삶을 살아오고.. 2023. 9. 14. 도종환, <접시꽃 당신> (시 수집 108)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 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샅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2023. 8. 23.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시 수집 100)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것...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1.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라는 메시지 정현종 시인의 . 이 시는 우리에게 오늘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지난 순간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한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좌절과 후회로 부정적인 감정만을 느낄 뿐이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정현종 시인은 우리에게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꽃봉오리와.. 2023. 7. 29. 정호승,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시 수집 98) , 정호승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놓은 강아지도 한 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 축축하게 강아지의 오줌이 스며들 때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개나 사람이나 풀잎이나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은 것이라고 산에 개를 데려왔다고 시비를 거는 사내와 멱살잡이까지 했던 내가 왜 강아지를 향해 구두를 내던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데 나는 한 마리 강아지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윤동주 시인은 늘 내게 말씀하시는데 나는 밥만 많이 먹고 강아지.. 2023. 7. 25.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