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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모아 시

이육사, <절정> (시수집 88)

by 알쓸수집가 202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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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1.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가장 대표적인 시 중 하나

수감번호 264를 이름으로 쓴 '이육사 시인'. 그의 삶은 민족의 독립을 위한 염원으로 가득했습니다. 한 사람의 세계를 보여주는 문학인 '시'를 통해서 그는 그의 세상과 마음을 우리 민족에게 지금까지 알려왔습니다. 독립운동가 시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인 중 한 명인 이육사 시인, 오늘의 시는 그의 대표적인 시 <절정>입니다.

 

*이육사 시인이 더 궁금하다면?

https://c-knowledge.tistory.com/103

 

이육사, <청포도> (시 수집 64)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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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knowledge.tistory.com/105

 

이육사, <꽃> (시 수집 65)

,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땅에도 오히려 꽃은 발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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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은 1940년 <<문장>>에 발표된 시입니다. 이 시는 총 4연으로 되어 있으며, 기승전결의 안정된 흐름일정한 구조를 통하여 운율감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민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 그 고통을 넘어서서 광복을 위한 강철 같은 의지'를 담은, 저항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2. 기승전결의 구조로 상황이 고조된다

이육사 시인의 대표적인 저항시들을 살펴보면 모질고 고통스러운 배경이 먼저 등장합니다. 이 시 역시 급박하고 시련의 한가운데에 있는 상황이 점점 고조되며, 화자가 처한 어려움이 드러납니다. 1연에서는 매운 계절의 채찍에 의하여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왔다고 합니다. 채찍질은 우리 민족에게 가하는 어려움이죠. 북방은 더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극한의 공간입니다. 이러한 공간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휩쓸려 왔다'고 했기에, 화자는 1연부터 극한 상황에 내몰렸음을 알 수 있죠.

 

2연은 이러한 상황이 심화됩니다. 북방이라는 더 나아갈 수 없는 곳에서도 '칼날진 그 위'라는, 아주 위태로운 공간 위에 서 있다고 합니다. 하늘도 지칠 정도로 고달픈 상황, 그리고 발을 한 번 잘못 내딛으면 떨어지거나 베이게 될 공간에 놓여있는 상황. 화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무릎을 꿇을 수도, 한 발을 디딜 수도 없습니다'. 

 

정리하면, 1~3연에서는 고통스러운 현실이 점점 고조되고 심화되면서 화자를 극한 상황에 내모는 그러한 모습을 담아냅니다. 화자는 북방의 끝에 쫓겨, 그곳에서도 칼날 위 작은 공간에 서 있게 되고, 그 안에서 옴싹달싹하지도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3.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역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화자는 '지금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겠노라는 강인한 의지'를 표명합니다. 화자가 눈감고 생각하는 것, 바로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것입니다. 강철과 무지개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무지개는 역동적이고 하늘이라는 이상과 연결된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한 번 나타났다 다시 사라지는, 휘발성의 성질을 띠죠. 한편 강철은 고정적입니다. 딱딱하고 외부의 충격에도 쉽게 망가지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두 시어가 가진 모순성이, 신선한 은유를 통하여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이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것은 즉 '가혹하고 어려운 일제강점기 치하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딱딱해지는, 나의 광복에 대한 의지'를 담아내는 시의 가장 상징적인 시어가 된 것이죠. 

 

겨울은 시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 시련 끝에는 봄이라는 희망이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시인은 이러한 순리를 '일제강점기에서도 광복은 반드시 온다'라는 것과 연결지었습니다. 하여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참으로 신선하고 아름다운 시어를 탄생시킨 것이죠.

 

이렇게 이육사 시인은 극한상황에 내몰린 현실-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광복이라는 이상은 구체적인 형상으로 끝끝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기승전결의 구조로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하여 이 시는 지금까지 저항시의 대표자 격인 시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고, 이육사 시인의 저항정신은 수 세대를 걸쳐서 의미 있게 이어져오게 되었습니다.

 

 

 

 

♣ 개인적인 의견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인가 보다'라는 마지막 행. 신선한 은유를 들 때 예시로 드는 표현일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은유는, 시인이 일제강점기라는 한겨울을 직접 겪으며 쓰러질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서 생각해낸 표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일제강점기는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으니까요. 그러한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조국만을 위하여 한 몸을 바치신 이육사 시인에게 감사함과 존경을 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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