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한 키의 사람을 처음 봤다니, 놀랄 만한 상황이구나."
아마 놀란 사람의 키는 굉장히 컸나 봅니다. 자신의 키 정도 되는 사람을 처음 봤으니 말입니다. 키가 작은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부러운 말이군요. 그런데 여러분, 혹시 이 문장에서 맞는지 틀린지 헷갈리는 부분이 없나요?
오늘의 맞춤법은 이 문장에서 두 번 반복된 것 같은,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만 한'과 '만한'입니다. '만한'과 '만 한'. 띄어쓰기 하나 차이지만 이 띄어쓰기로 인해서 사용되는 방법이 다릅니다. 오늘의 맟춤법, '만 하다(만 한)'과 '만하다(만한)'을 알아보겠습니다.
만 하다 vs 만하다
1. 만 하다 vs 만하다의 차이
둘은 사용되는 상황이 비슷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뜻을 아는 게 좋습니다.
'만 하다'는 앞말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내용이 정도에 달함을 의미하는 보조사 '만'과 동사 '하다'가 붙은 형태입니다. '너만하다'라는 것은, 앞말 '너'가 어떤 정도에 달함을 의미하죠. '키가 너만 하다'는 내가 말하는 키의 정도가 너의 키 정도라는 의미입니다.
한편 '만하다'는 하나의 보조 형용사입니다. '어떤 대상이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할 타당한 이유를 가질 정도로 가치가 있음/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능함'을 의미하죠. '먹을 만하다'라는 것은 어떤 무언가가 앞말 '먹다'를 할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즉 '먹을 가치는 있을 정도로 맛이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좋아할 만하다'라는 것은 어떤 대상을 좋아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면 어떠한 점이 남들보다 더 매력적이어서 사랑을 느끼는 거죠. 그러니 어떤 가치가 있기에 '좋아할 만하고 사랑할 만하는' 것입니다.
만(보조사) + 하다(동사) → 만 하다 ---------------- 손톱만 한 보석
만하다(하나의 보조 형용사) ---------------- 즐거울 만하다(즐거움을 누리는 게 가능함)
하지만, 이 뜻 구별만으로는 확실히 분간이 안 갑니다. 그럴 때는 다음과 같은 구별을 이용할 수 있죠.
2. 명사 뒤에 붙을 때는 '만 하다'
'만 하다'의 '만'은 보조사입니다. 보조사는 명사 뒤에 붙습니다. 동사 뒤에는 붙을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명사 뒤에는 '만하다/만 하다' 중에서 '만 하다'가 와야 합니다. 기억하세요.
- ① 명사 뒤에는 무조건 띄어쓴 '만 하다'가 온다는 사실!
- ② 명사 뒤에 '만'은 붙여야 한다는 사실!
예문)
너만 한 키의 동물
(너만한 키의 동물 X)
(너 만 한 키의 동물 X)
나무가 빌딩만 하다
(나무가 빌딩만하다 X)
(나무가 빌딩 만 하다 X)
독수리만 한 비둘기
(독수리만한 비둘기 X)
(독수리 만 한 비둘기 X)
아무리 긴 명사가 와도, 꼭 만까지는 붙여야 함을 기억해 주세요.
3. 동사의 활용형 뒤에 붙을 때는 '만하다'
'만하다'는 보조 형용사입니다. 보조 형용사이므로, 동사의 활용형 뒤에 붙습니다. 흔히 '~을 만하다'라고 표현하죠.
기억하세요.
- ① 동사 뒤에는 무조건 붙여쓴 '만하다'가 온다는 사실!
- ② 동사 뒤의 '만하다'는 띄어야 한다는 사실!
예문)
밥을 먹을 만하다
(밥을 먹을만 하다 X)
(밥을 먹을만하다 X)
그렇게 밤을 샜으니 졸릴 만하지
(졸릴 만 하지 X)
(졸릴만하지 X)
시험공부를 안 했으니 0점을 맞을 만해
(0점을 맞을만해 X)
(0점을 맞을 만 해 X)
그럼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너만 한 키의 사람을 처음 봤다니, 놀랄 만한 상황이구나."
여기서 앞에 '만 한'은 '너'라는 명사 뒤에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만 한'이 맞겠죠?
뒤의 '만한'은 '놀랄'이라는 '놀라다'의 활용형, 즉 동사 활용형의 뒤에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놀랄 만한'이 맞겠죠? 문장은 아주 올바른 문장이었네요. '만 하다'와 '만하다'의 차이를 잘 이해했기를 바랍니다.
'모아모아 잡학 맞춤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않 돼라고 쓰면 안 돼! 않과 안 (1) | 2023.04.23 |
---|---|
헷갈리는 용언, 맞추다/맞히다 늘리다/늘이다 부딪치다/부딪히다 (0) | 2023.03.24 |
잊혀진 계절? 잊힌 계절? - 잊히다와 잊혀지다(이중 피동) (1) | 2023.03.18 |
왠지 그럴 것 같더라니, 웬일이래?-왠 웬의 차이 (0) | 2023.03.14 |
얼마나 잘 먹던지 / 먹든지 말든지 : 던지와 든지, 로서와 로써 (1) | 2023.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