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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73

도종환, <가을사랑> (시 수집 45)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 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을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1. 소박하고 순수한 시어를 사용한 도종환 시인의 언어가 잘 느껴지는 시 도종환 시인의 시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중의 모습을 담은 시부터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한 뒤에 그 슬픔을 노래한 시들, 아름다운 사랑이 깃.. 2023. 5. 15.
조지훈, <완화삼> (시 수집 44) , 조지훈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1. 청록파 시인이 청록파 시인에게 조지훈 시인은 박목월, 박두진 시인과 함께 을 발간한 '청록파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조지훈 시인은 '고전적인 미, 불교적 색채'를 시에 잘 담아내어 '한국의 고전적인 미학'을 표현한 시인이라 불리는데, 이 시 역시 나그네라는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당시 일제 치하와 광복 후의 혼란 속에서 머무를 곳 없이 정처없는 떠돌음을 반복하고 있는 애달픔을 노래한 시입니다. 제목 완화삼의 완화는 '꽃을 즐긴다'라.. 2023. 5. 15.
나희덕, <산속에서> (시 수집 43) , 나희덕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1. 따뜻한 모성애로 우리를 위로하는 나희덕 시인 이전에 이라는 나희덕 시인의 시를 알아보며, 나희덕 시인에 대해서도 짧게 알아봤습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울음이 많았던 아이로, 깊은 공감능력과 사물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풍부한 감수성을 지녀서 그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그녀의 .. 2023. 5. 14.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시 수집 42)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고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1. 농민의 감정을 대변한 농민시인 신경림 신경림 시인은 1936년 .. 2023. 5. 13.
장석남, <마당에 배를 매다> (시 수집 41) , 장석남 마당에 綠陰 가득한 배를 매다 마당 밖으로 나가는 징검다리 끝에 몇 포기 저녁별 연필 깎는 소리처럼 떠서 이 세상에 온 모든 生들 측은히 내려보는 그 노래를 마당가의 풀들과 나와는 지금 가슴 속에 쌓고 있는가 밧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영혼 혹은 갈증 배를 풀어 쏟아지는 푸른 눈발 속을 떠갈 날이 곧 오리라 오, 사랑해야 하리 이 세상의 모든 뒷모습들 뒷모습들 1. 배를 매며-배를 밀며-그리고 마당에 다시 배를 매고 이 시는 장석남 시인의 연작시 , 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시입니다. 장석남 시인의 가장 잘 알려진 시 중 하나 가 연작시임을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이 연작시 전부를 읽으면, 하나만을 읽을 때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하나만을 읽으면 예쁜 사랑에 대해서 노래했다는.. 2023.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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