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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모아 시

박목월, <윤사월> (시 수집 67)

by 알쓸수집가 202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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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월>, 박목월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1.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초기 시

박목월 시인은 '청록파' 시인으로, 자연에 대한 시선을 바탕으로 향토적인 정감의 시를 많이 써 왔습니다. 박목월 시인의 시를 읽으면 자연의 한 풍경이 머리에 그려집니다. 지금의 시 <윤사월>은 이러한 박목월 시인의 초기 시 중 하나로, 향토적인 시어와 노랫가락 같은 운율감이 잘 드러난 시입니다. 

 

<윤사월>은 <<청록집>>에 수록된 시입니다. 4연 8행의 짧은 시이지만 박목월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시입니다.

 

*박목월 시인이 더 궁금하다면?

https://c-knowledge.tistory.com/80

 

박목월, <나그네> (시 수집 46)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1. 자연을 소재로 향토적인 정감을 시에

c-knowledge.tistory.com

 

 

2. 향토적 시어의 사용

이 시의 배경은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입니다. 송홧가루는 4~5월 경에 날리는 소나무의 꽃가루로, 시간적 배경을 나타냅니다. 송홧가루는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시어로, 자연적 분위기를 그려내는 시어이죠. 또한 노란색 이미지는 차분한 느낌을 줍니다.

 

그외에 2연의 윤사월, 꾀꼬리와 같은 시어들도 향토적 정감을 주는 시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어들이 주는 분위기는 차분한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평온하거나 행복한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3. 비극적인 시적 주인공

그것은 시의 주 주인공인 처녀와 그외 주위의 분위기가 외로움을 부각시키기 때문입니다. 일단 처녀는 눈이 멀었습니다. 눈이 멀었기에 풍요로운 자연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눈 먼 처녀가 느끼는 감정은 '외딴 봉우리', '외딴집'과 같이 '외딴'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아무리 자연이 풍요롭고 평화로워도 처녀는 눈 먼 상황에서 '외로움'을 가장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시인은 이에 주목하여, 호젓하고 외로운 풍경을 의도적으로 그려냈습니다.

 

 

4. 처녀는 꾀꼬리의 울음을 동경하고 있다

꾀꼬리의 울음을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는 처녀. 이는 시각이 없는 처녀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인 청각이면서 동시에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꾀꼬리에 대한 동경의 행동이기도 합니다. 꾀꼬리 울음은 바깥 세상을 볼 수 없는 처녀로 하여금 세상을 느끼게 하는 존재이자 동경의 대상이죠. 

 

이렇게 <윤사월>은 3음보의 민요가락 형식, 향토적 시어와 외로운 분위기의 연출을 통해서 산 속에 고립되어 있는 눈 먼 처녀의 동경심과 외로움을 노랫가락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 개인적인 의견

평화 속의 쓸쓸함은 이런 것일까요. 눈 먼 처녀의 귀에 들리는 꾀꼬리 소리, 유일한 소통의 수단이자 처녀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그런 소재가 되는 그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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