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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서시> (시 수집 69)

by 알쓸수집가 202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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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 꽃다운 나이에 타계한,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 영원히 남은 시인 윤동주

윤동주 시인은 28세의 젊은 나이에 타계했습니다. 사후에 그의 동생인 윤일주와, 친구인 정병욱이 윤동주에게 받았던 자필본 시들을 바탕으로 엮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유일한 시집이었을 정도로, 시적으로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제의 무고한 탄압에 의하여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시인이죠.

 

윤동주 시인은 만주 북간도의 명동촌에서 1917년에 태어났습니다. 학업에 매진한 그는 1941년, 서울의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한 뒤에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거기서 도쿄의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죠. 그러나, 곧이어 1943년에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체포됩니다. 이때는 학업 도중, 귀향을 하려던 시점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이 귀향을 했다면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좀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가득합니다.

 

이후 결국, 일제의 모진 고문과 알 수 없는 주사를 맞는 등의 수모를 당하다가 광복 직전인 1945년 2월에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몸에 꽂힌 주사는 일제의 생체실험의 일환이었다는 주장도 있는 등, 일제에 의해 희생당한 우리 한국인 중 한 명이기도 하죠.

 

 

2. 윤동주 시인의 서정적인 시는 영원히 남다

윤동주 시인의 생은 인생에 대한 고뇌, 일제 치하 대한민국이 처한 아픔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과 의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의 시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나온 시인만의 깨달음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서정시의 정수를 보여주는 그의 시는 '당대 지식인으로서 시인이 가져야 했던 어려움, 그리고 그 어려움 속에서 진정으로 깨달은 자아성찰'이 담겨 있으며 모든 시들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그는 15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삶과 죽음>, <초한대>로 시작된 시 작품들은 이후에도 지속됩니다. 연희전문학교에 다닐 때, 윤동주 시인의 대표적인 시 중 하나인 <자화상>을 발표합니다. 그의 유작이기도 한 <쉽게 씌어진 시>는 사후에 <<경향신문>>에 게재된 시입니다.

 

그의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1948년에 간행된 시집으로, 정지용의 서문으로 시작하여 총 31편의 시가 들어가 있습니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다소 적은 분량의 시집이지만,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시 문학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시집이죠. 

 

이제 윤동주 시인의 시 <서시>를 한 번 감상해 보겠습니다. <서시>는 1941년 11월 20일에 창작된 시로,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나타낸다고 할 수도 있는 시입니다.

 

 

3. 시인에게 주어진 고뇌의 삶

시는 총 2연 9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용상으로는 크게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는 순결한 의지', '어두운 현실에서 고뇌하는 삶',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시인의 의지와 자아성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행에서의 '하늘'은 절대적인 존재로서, 부끄럼 없는 삶을 기원하고 다짐하는 존재입니다. 이 비극적인 땅에서 시인은 하늘을 우러러봅니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부끄럼 없이 순수한 나의 마음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입니다. 하지만 이 의지를 그대로 밀고나가기에는 현실의 삶이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어려움을 드러내는 것이 3~4행입니다. 하늘을 우러렀음에도 막상 시인은 바람에조차 괴로움을 느낍니다. 3행에서의 '바람'은 심리적인 갈등과 고뇌를 유발하는 소재입니다. 바람이 살짝 불어도 괴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하늘을 우러러 보는 이상과 이 땅에서 나와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고뇌하고 있음을 의미하죠.

 

 

4.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하지만 시인은 이러한 상황에서 자아성찰을 하고 자신의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합니다. 시인이 가지고자 하는 마음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입니다. 여기성의 ''은 희망, 이상적인 삶, 시인이 바라는 세계 혹은 소망입니다. 또한 별은 하늘에 떠 있기에, 1행의 하늘과 다시 연결됩니다. 시인은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시련을 겪고 억압을 받는 나, 나아가 우리 민족,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는 말은, 미래에 내가 나아가야 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죠. 이 신념을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나는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시인은 당대의 일제 치하에서 지식인으로서 나와 우리 민족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를 고뇌해 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나아가겠다는 의지였을 것입니다.

 

비록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이 스치운다'라는, 어둡고 시련이 가득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그럼에도 '별'은 계속 빛나고 있습니다. 이 마지막 행을 통해서 시인은 어둡고 괴로운 현실과 동시에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별'을 강조하여, 우리가 나아가야 할 자세를 천명하고 있죠.

 

 

♣ 개인적인 의견

일제 치하 저항시인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이육사 시인, 윤동주 시인을 이야기합니다. 둘의 시 언어는 사뭇 다릅니다. 이육사 시인의 언어가 강렬하다면, 윤동주 시인의 언어는 서정적이면서 인간의 고뇌를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결국 이 둘이 지향하는 바는 비슷합니다. 우리 자신의 길을 그대로 밀고 나가자는 강한 의지이죠. 그렇기에, 시의 언어는 달라도 이 둘이 일제 치하 저항시인으로서 우리의 마음 속에 영원히 함께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요. 또한 이 둘의 시가 오늘날에도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줄기 힘이 되는 까닭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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