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윤동주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1. 순수한 서정시로 민족에게 울림을 주고 떠난 윤동주 시인
일제강점기 많은 지식인들이 목숨을 잃었었죠. 한국사회의 중심을 잡아줘야 했을 분들 중, 안타깝게 무고한 희생을 당한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윤동주 시인도 그중 한 분입니다. 꽃다운 나이에,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광복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기에 사망한 윤동주 시인. 그러나 그의 시는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그는 '서정시'의 중심이 되는 시인입니다. 지식인으로서 삶에 대한 고뇌와 방향에 대한 고민에 항상 빠져있던 그는, 시를 통해서 나와 우리가 나아가야 하고자 하는 방향을 서정적으로, 그러나 굳세게 드러냅니다. 그의 서정성은 동시와 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길을 더욱더 깨끗하게 만들어 줍니다. 오늘은 그의 짤막한, 마치 동시 같은 시 <반딪불>을 감상해 보죠.
*윤동주 시인이 더 궁금하다면?
https://c-knowledge.tistory.com/111
윤동주, <서시> (시 수집 69)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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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시 같은 순수한 서정시
이 시는 총 3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를 읽으면, 마치 귀뚜라미가 울어대고 반딪불이 날아다니는 한적한 시골의 밤에, 벤치에 나와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참으로 순수한, 동시와 같은 느낌의 서정시입니다. 1연과 3연이 반복되어 노래를 듣는 듯한 윤율감을 형성합니다. '가자'라는 직관적이고 간단한 말의 반복 덕분에 더더욱 동요 같은 분위기를 띱니다.
이 시는 동시/동요 같은 분위기와 밤을 배경으로 한 것을 통하여, 시인이 바라고 있는 순수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순수한 마음은 역시 '시련에 굴하지 않고 나의 신념만을 보며 앞으로 가겠다'라는 마음입니다.
3. 반딧불 = 부서진 달조각
시는 일단 밤을 배경으로 합니다. 어둠이 깔린 주위에서, 시인은 달조각을 주우러 더더욱 어두컴컴한 숲속으로 들어가자고 합니다. 여기서의 달조각은 반딪불을 의미합니다. 꽁무니에서 빛이 반짝이는 반딪불을 부서져서 작게 쪼개진 달조각이라고 표현하고 있죠.
이 시의 핵심은 2연입니다. 시의 구체적인 배경은 그믐달이 뜬 밤입니다. 그믐달이 뜬 날은 달빛이 가장 적어, 어둠이 가장 깊은 날입니다. 이 그믐밤은 시인에게 한치의 앞도 안 보이는 절망적인 상황을 의미할 것입니다. 당시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하루하루를 고뇌하며 살아가던 시인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그믐밤'이라는 상황입니다.
반딪불을 그냥 달조각이 아닌, 부서진 달조각이라고 한 것 역시 이러한 '불안정하고 어두운 상황'을 대변하는 표현입니다. 부서졌다는 것은 불확실함, 희망이 깨짐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보름달에서 그믐달이 될 때, 나머지 부분이 깨져서 파편화되었다는 것, 즉 빛이 깨져 파편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인은 이 2연을 통해서 자신과 우리 민족이 처한 불안정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의 고뇌를 말하고 있습니다.
4. 하지만 그 달조각을 줍기 위해 숲으로 기꺼이 들어가겠다
그럼에도 이 2연을 통해서 오히려 시인의 '순수한 의지'가 잘 드러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어둡고 힘든 상황에서 먼저 숲속으로 들어가 그 달조각을 찾자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죠. 2번이나 반복되기까지 한 이 말을 통해서 시인은 '어두운 상황 속에서 불안정한 빛이 있다고 해도 그 빛이 내 길의 정답이니 기꺼이 찾으러 가겠다'라는 의지를 돌려 드러냅니다.
이렇게 이 시는 서정적인 어조와 반복을 통한 운율감을 통하여, 시인의 순수한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윤동주 시인의 삶이 담겨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시라고 할 수 있죠.
♣개인적인 의견
어두운 밤, 작은 빛 하나. 그 빛은 작고 보잘것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어둠이 짙고 빛이 작을수록,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 작은 빛을 더더욱 갈망합니다. 그 작은 빛이 우리에게는 가장 큰 희망이 되는 셈이죠. 시인은 아주 작은 빛이라도 보인다면 기꺼이 그 빛을 찾으러 가겠다고 합니다. 마치 위협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만 나가는 어린아이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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