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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모아 시

고재종, <6월의 童謠(동요)> (시 수집 78)

by 알쓸수집가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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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童謠>, 고재종

 

6월은 모내는 달, 모를 다 내면

개구리 떼가 대지를 장악해버려

함부로는 들 건너지 못한다네

 

정글도록 땀방울 떨구어서는

청천하늘에 별톨밭 일군 사람만

그 빛살로 길 밝혀 건넌다네

 

심어논 어린 모들의 박수 받으며

치자꽃의 향그런 갈채 받으며

사람 귀한 마을로 돌아간다네

 


 

 

 

1. 고재종 시인의 자연적 시

고재종 시인은 195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습니다. 1984년 <<실천문학>>에 시 7편을 발표하며 등당한 시인은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1987), <<쪽빛 문장>>(2005), <<꽃의 권력>>(2017) 등의 시집을 내며 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고재종 시인은 향토적이고 자연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마치 잔잔한 음악과 같은 분위기의 시들을 많이 써 왔습니다.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의 정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시인이 그간 시골에서 받았던 감성들을 다시 글로 내뿜는 듯합니다. 이 시 <6월의 동요>가 대표적이죠.

 

 

2. 6월에 읽기 좋은 시

6월은 심어진 모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어느새 초록빛으로 논이 가득해지는 시기입니다. 분명이 며칠 전만 해도 애기 머리카락처럼 듬성듬성한 녹빛이었는데, 어느덧 억샌 머리카락처럼 초록빛으로 가득해지죠. 개구리 소리로 가득한 논밭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초록빛으로 물드는 듯합니다. 시인은 이러한 풍경을 '동요 한 편'과 같은 언어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시는 3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연에서는 6월의 논밭에 대한 묘사가 나타납니다. 개구리 떼가 장악해 버린 논밭. 사람이 함부로 건너지 못할 정도로, 자연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죠. 지평선까지 쫙 펼쳐진 논밭 역시 아름답고 상쾌하면서도 함부로 하지 못할 웅장함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논을 건널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바로 2연, 청천하늘에 별톨발 일군 사람만 건너갈 수 있죠. 여기서는 '논밭'을 '하늘'에 비유하여, 탁 트인 풍경을 그려냅니다. 땀 흘리며 논밭에 모를 심은 것을 마치 하늘에 별이 가득한 것처럼 묘사하여 광활하고 탁 트인 논밭의 느낌을 잘 전달해 주죠. '청천'이라는 단어 역시, 논밭의 푸르름을 연상시키는 말입니다. 

 

1~2연은 이렇게 광활한 논밭의 모습 자체와 이러한 모습이 주는 웅장하고 자연 그대로의 신성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3. 사람 귀한 마을로 돌아간다

이 논밭을 건너는 사람은 특별한 환영을 받습니다. 모들의 박수치자꽃의 갈채를 받는 것이 그것이죠. 이는 인간과 자연이 동화/조화를 이루는 평온한 모습입니다. 마지막 '사람 귀한 마을'은 말 그대로 사람 한 명 한 명이 귀한 작은 농촌임을 말함과 동시에, '한 사람이라도 특별하게 생각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농촌의 정'도 말하고 있습니다. 

 

농촌은 사람들이 서로 끈끈한 우애와 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런 공간으로 그려지죠. 도시에 비해서 따뜻함과 정이 있는 공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더더욱 특별하고 귀한 공간, 이곳으로 돌아가며 시는 끝을 맺습니다.

 

이렇게 이 시는 6월 논밭의 풍경과 그곳을 걷는 농부의 모습을 그립니다. 잔잔한 어조와 평온하고 순수한 이미지들, 규칙적인 운율을 통해 이 시는 마치 '동요'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시의 제목에서 '동요'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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