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아모아 시

박목월, <산도화> (시 수집 79)

by 알쓸수집가 2023. 6. 19.
728x90
반응형

<산도화>, 박목월

 

산은 구강산

보랏빛 석산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1. 자연시의 대가, 청록파 박목월

자연을 소재로 한 시를 쓴 시인 하면 여러 시인이 떠오릅니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이 시인을 꼭 언급할 것입니다. 바로 박목월 시인이죠. 자연에 대한 풍요로운 감각을 바탕으로 향토적 서정시를 써온 박목월 시인. 시인의 언어는 아주 짧지만 시를 읽으면 때로는 광활하고 때로는 공허하기까지 한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서정적인 어조로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온 박목월 시인의 또다른 시, <산도화>입니다.

 

*박목월 시인이 더 궁금하다면?

https://c-knowledge.tistory.com/80

 

박목월, <나그네> (시 수집 46)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1. 자연을 소재로 향토적인 정감을 시에

c-knowledge.tistory.com

https://c-knowledge.tistory.com/1072. 

 

박목월, <윤사월> (시 수집 67)

, 박목월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1.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초기 시 박목월 시인은 '청록파' 시인으

c-knowledge.tistory.com

 

 

2. 먼 이미지에서 가까운 이미지로 시선이 이동하며 그려내는 자연의 모습

이 시는 총 4연으로 이루어진 시입니다. 절제된 어조와 짧지만 통일된 운율감을 통해서 자연의 모습을 그려내기 때문에, 이 시에서는 특히나 '신비로움'이 더 드러납니다. <윤사월>이 '외로움', <나그네>가 '떠나감'을 그리고 있다면 이 시에서의 자연은 '신비로움'이 테마인 듯합니다.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원경에서 근경으로 시선이 이동하면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연에서는 '구강산'이라는, 산 전체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뒤이어 2연에서는 산에 군데군데 두어 송이씩 핀 '산도화'에 시선이 맞춰집니다. 3연에서는 산 안쪽으로 들어가 한 '계곡'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마지막 4연에서는 그곳에서 발을 씻는 '암사슴'으로 시선이 좁혀지죠. 이렇게 한 연당 시선이 전개되면서 자연의 모습 군데군데를 지나게 됩니다.

 

 

3. 시의 제목이기도 한 '산도화'

이 시가 '신비로움'이 테마인 듯하다고 했죠. 1연의 구강산은 실제로는 없는 산입니다. 이 구강산은 '시인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자연세계'입니다. 이 산은 초록빛도 아니고 노란빛도 아니고 산에서는 보기 힘든 '보랏빛'입니다. 이 보랏빛이라는 시각적 표현 역시 '신비로움'을 그려냅니다. 이 구강산은 마치 신선이 사는 산과 같은 느낌을 주죠.

 

신비로운 곳이기에 피는 꽃 역시 신비로운 꽃인 '산도화'입니다. 이 산도화는 동양적인 이상향을 형상화한 꽃으로 '생명의 탄생과 신비로움', '구강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그려냅니다. 특히 2연의 2행 '두어 송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꽃이 만개한 것이 아니라 두어 송이 피었다고 한 것은 여백의 미를 위한 것입니다. 이 여백의 미를 통해서 '신비로움'을 표현하고 있죠.

 

 

4. 물에 발을 씻는 사슴

3연에서는 산의 안으로 들어가 한 계곡이 나옵니다. 이 계곡은 봄눈이 녹아 옥 같은 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한 마리의 사슴이 있습니다. 사슴 역시 평화로우면서도 무엇인가 신비한 분위기를 뽐내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사슴은 예부터 동양에서 신비한 이미지로 많이 그려졌었죠. 

 

그리고 마지막 행에서 이 사슴은 발을 씻는다고 합니다. 물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발을 씻는다는 모습으로 사슴을 묘사하여 '생명력으로 가득한 자연의 모습'은 고요하게 절정을 맞이합니다. 

 

 

♠ 개인적인 의견

이렇게 이 시는 자연의 모습을 '평화로우면서도 신비롭게' 그려냅니다. 평화로움이 박목월 시인의 자연시의 공통분모라면, 신비로움은 이 시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자연은 항상 평화롭지만 동시에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어떤 기묘하거나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웅장한 자연경관을 보면 '신비롭다'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러한 자연의 모습을 볼 때, 이 시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