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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모아 시

이해인, <7월의 시> (시 수집 91)

by 알쓸수집가 202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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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시>,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조용히 노랗게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것일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할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되십시오

 


 

1. 이해인 시인의 7월의 시

이해인 수녀님이지 시인의 시는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전해 줍니다. 오늘의 시 <7월의 시> 역시 마찬가지죠. 여름을 대표하는 치자꽃에서 시상을 떠올려 작성한 듯한, 이 <7월의 시>는 장마와 더위가 반복되는 7월에 읽기 좋은 시입니다.

 

*이해인 시인의 시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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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름을 대표하는 꽃, 치자꽃

치자꽃은 주로 6월 중순에 피기 시작하는, 여름을 대표하는 꽃 중 하나입니다. 치자나무에서 피는 이 꽃은 순백의 아름다움과 좋은 향기를 가지고 있어 관상용으로도 많이 재배되고 있죠. 6월에 피어, 7월까지 만개하다가 지기 시작하는 치자꽃을 보며 시인은 7월을 대표하는 대상으로 보았을 것입니다.

 

시는 이러한 치자꽃의 계절적 속성을 바탕으로,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온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치자꽃 향기를 같이 배달하는 7월, 화자는 치자꽃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치자꽃은 하얗게 피어났다가, 노랗게 지기 시작합니다. 꽃이 지는 광경은 사람의 눈에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사실 지는 꽃은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3. 꽃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어서일까

꽃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다음 행부터 나타나는, 시인이 바라는 것인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하고 싶다'라는 것과 상통할 수도 있습니다. 꽃은 이러한 바람 및 깨달음을 주는 매체이죠. 화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주고 싶기에 꽃이 최대한 늦게 지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기서의 꽃의 눈물은 곧 '화자의 눈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꽃이 지면 화자가 원하는 이러한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달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지지 말라는 화자의 소망이 꽃의 눈물로 투영된 것일 수도 있죠.

 

5연부터 화자는 차지꽃 향기를 보며 새삼 다시 깨달은 소망을 말합니다. 바로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하고 싶다'라는 것이죠. 화자는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보며 설레하고, 그 사람의 향기를 다시는 못 맡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면 우리 모두는 '꽃밭'과 같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8연에서 말하고 있죠.

 

 

4. 치자꽃 한 송이를 건네며 설렘과 사랑을 표현하다

화자는 자신이 사랑하고 기뻐하고 싶은 사람에게 치자꽃을 한 송이 보냅니다. 여기서의 상대방은 한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모든 사람, 인류 전체를 지칭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치자꽃은 즉 사랑과 설렘을 전달하는 수단이자 향기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화자의 마음을 지칭하는 매개체입니다.

 

이렇게 시인은 치자꽃을 통해서 자신이 바라는 바인 모두에 대한 사랑과 설렘을 표현하고 있고, 마지막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이러한 사랑을 다른 이에게 전달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 개인적인 감상

치자꽃이 여름을 대표하는 꽃인 줄을 이 시를 통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꽃의 향기에 취하는 여름날, 사람의 향기에도 취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입니다. 우리 모두는 소중하고 향기로운 꽃밭입니다. 그 꽃밭을 함부로 짓밝지 않고 꽃들이 만개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사랑과 설렘, 기쁨을 한 번 더 주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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