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날아오르는 순간>, 김용택
교회당 종소리가 다섯 번째 울리면
나는 사과밭으로 달려갈 거예요
그 종소리가 끝나기 전에
사과밭 셋째 줄 여섯 번째 나무 아래 서
있을래요
오세요
종을 여섯 번만 치고
그 종소리가 끝나기 전에
나비는 얼마나 먼 데서 달려오다가 날개를 달고 날아올랐을까요
1. 김용택 시인의 감미로운 사랑시
김용택 시인은 참으로 달콤한 사랑시를 많이 써 왔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읽으면 순수하고 풋풋한 '사랑'이 느껴지는 게 로멘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죠. 영화 <클래식>에서 주인공 커플이 비를 맞으면서도 순수하게 미소지으며 뛰어가는 그 모습,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이러한 장면과 가장 어울리는 시가 김용택 시인의 시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그러한 사랑시 중 하나인 <나비가 날아오르는 시간>을 감상해 보죠.
*김용택 시인이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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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새가 앉은 나무> (시 수집 55)
, 김용택 나무는 정면이 없다. 바라보는 쪽이 정면이다. 나무는 경계가 없다. 자기에게 오는 것들을 다 받아들이며 넘나든다. 나무는 볼 때마다 완성되어 있고 볼 때마다 다르다. 새가 앉으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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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6월> (시 수집 61)
,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 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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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비의 날개짓은 사랑의 날개짓
이 시는 김용택 시인의 13번째 시집인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에 수록된 시입니다. 이 시는 한 언론에서 시인이 직접 밝히길 "어떤 누군가의 사랑의 순간"을 노래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여러 사랑을 기초로 하여 여러 해석이 가능하죠.
'교회당 종소리가 울리면 사과밭으로 달려간다'. 아마도 화자는 사랑하는 상대방과 어떤 밀약을 했을 것입니다. 교회당 종소리를 신호로 하여 사과밭에서 몰래 만나자는, 풋풋한 약속이죠.
교회당을 배경으로 한 것은 풋풋한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옛날 학교나 교회에서는 종소리로 시간을 알리곤 했죠. 그 종소리는 사랑이 가득한 전설을 종종 만들어 냈습니다. 종소리가 몇 번 울릴 때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더라 등 말이죠. 이러한 이야기는 종종 서브컬쳐를 통해서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나는 순간'의 한 매개체로 그려지기도 할 정도 였으니까요. 이러한 장면의 주인공들은 대개 풋풋한 젊은이들이었죠.
화자는 사과밭 셋째 줄 여섯 번째 나무 아래에 서 있습니다. 셋째 줄 여섯 번째 나무라는 존재는 사과밭에서도 가운데에 위치한 나무로, 그만큼 이 약속이 둘이서만의 숨겨진 약속임을 의미하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긴박함보다는 들키지 않는 연애의 순수함과 짜릿함을 돋보이게 해주는 위치입니다. 그곳에서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립니다.
3.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다 보니 날아가게 되었다
마지막 2연의 첫 행, 1연의 장면에서 전환이 되어 '나비의 날개짓'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인은 나비가 먼 데서 달려오다보니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나비는 무엇인가를 향해 아주 힘차고 빠르게 달렸다는 걸 의미하죠.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달려가는 화자와 상대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당신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보니, 나 역시도 날개를 달게 될 것 같은 그러한 마음을 표현하는 문구죠.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으면 날아서라도 빨리 가고 싶죠. 그러한 의지가 '나비의 날개짓'으로 형상화된 것입니다. 마지막 행을 통해서 시인은 '무엇인가를 향해 빨리 달리다가 날개를 얻은 나비처럼, 나 역시도 당신을 빨리 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참으로 순수하고도 깊은 사랑의 마음입니다.
4. 사랑이 아니어도 좋다
이러한 나비의 날개짓은 꼭 '사랑'을 대상으로만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다리는 존재는 '사랑하는 사람'일수도 있지만, '어떠한 희망', '새로운 세계' 등 희망적인 모든 것과 결합될 수 있죠. 그것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전부 똑같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시는 '사랑의 감정'을 담고 있으면서도 여러 갈래로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는 요지를 줍니다. 하여 깊은 세계를 담고 있죠.
♣ 개인적인 의견
가끔 날개가 자라나서 빠르게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소중한 친구를 만날 때, 즐거운 소풍 날짜를 기다릴 때 등 다양하죠. 어떤 대상을 향해 날아가듯 달려도, '두근거림과 희망'이라는 감정은 다 똑같이 풍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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