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 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1. 김용택 시인의 사랑시
섬진강을 벗으로 삼아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시를 써온 김용택 시인. 그의 시는 맑은 섬진강 물처럼 순수한 마음을 잘 담아내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 줍니다. 김용택 시인의 사랑시들을 읽으면 '아, 사랑은 이렇게 순수하고 티없는 보석이었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죠. 오늘은 6월에 어울리는 김용택 시인의 사랑시, 6월을 감상해 보죠.
*김용택 시인이 더 알고 싶다면?
https://c-knowledge.tistory.com/91
김용택, <새가 앉은 나무> (시 수집 55)
, 김용택 나무는 정면이 없다. 바라보는 쪽이 정면이다. 나무는 경계가 없다. 자기에게 오는 것들을 다 받아들이며 넘나든다. 나무는 볼 때마다 완성되어 있고 볼 때마다 다르다. 새가 앉으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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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당신을 생각하며 벌써 1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이 시는 '사랑하는 당신을 생각하다보니 하루가 벌써 지나갔다'는, '사랑으로 가득한 화자의 마음'을 표현한 순수한 시입니다. 시집 <<언제나 나를 찾게 해주는 당신>>에 수록된 이 시의 제목은 '6월'입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마음은 1년의 어떤 달이라도 상관이 없을 텐데, 왜 시인은 6월을 콕 집었을까요? 물론 이 시를 단순하게 6월에 써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6월은 1년의 딱 절반 시기에 해당합니다. 6월이 되면 사람들은 겨울이 다가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더위가 찾아오는 걸 느끼며 시간이 어느덧 반이나 지났음을 느낍니다. 이처럼 6월은 1년이라는 시간이 벌써 많이 지났음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끼게 되는 때입니다.
이 시의 내용은 '하루종일 당신을 생각하다보니 벌써 해가 갔다'라는 내용입니다. 시 안에서만 보면 '하루의 경과'에 해당하지만 화자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마 사랑하는 당신을 계속 생각할 테죠. 그것이 반복되면 1달, 2달이 지나고 어느새 1년의 반이 지날 것입니다. 이러한 시간의 경과, 즉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다보니 1년도 벌써 이렇게 지났음'을 가장 잘 드러내기 위해 딱 절반인 6월을 시의 제목으로 썼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목을 통해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는 것을 확장하여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 안에서만 사랑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도 사랑이 머무르는 셈이죠.
3. 당신을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는 순수한 광경
시는 처음과 끝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하루종일/당신 생각으로/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불고/하루 해가 갑니다'라는 첫 부분은 마지막에서 몇 단어가 바뀐 것만 제외하면 다시 반복됩니다. 이를 통해서 '시간의 경과'를 강조하여 보여줍니다.
당신은 불쑥불쑥 솟아나기에, 내 마음을 가라앉힐 수는 없습니다. 하염없이 창가에서 당신을 생각하며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사랑은 이렇게 우리를 멍하니 있게,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죠. 그러다가 문득 '아, 내가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뿐입니다. 이것이 11~13행 부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다시, 하루가 벌써 갔음을 깨달으며 '사랑으로 가득한 나의 마음'은 전체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시인은 이렇게 '하루 동안의 경과'와 '날짜의 경과'를 본문/제목에서 드러냄으로써, '사랑은 시간도 금세 흐르게 만든다'라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랑의 기본적인 속성 중 하나이죠.
♣ 개인적인 의견
거의 모든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사랑은 내 마음에 갑자기 다가와, 내 마음에 꽉 들어차게 되고 나는 사랑에 조종당한 듯, 멍하니 상대를 생각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러다보면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다시 낮이 되죠. 이러한 사랑을 통한 시간의 경과를 제목으로도 드러낼 수 있는 시인의 섬세함에 감탄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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