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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모아 시

김소월, <먼후일> (시 수집 114)

by 알쓸수집가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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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1. 전통 서정시 하면 김소월 시인을 떠올린다

'김소월' 시인. 한국 전통적인 '한'의 정서를 여성적인 정조로 표현한, 한국 서정시의 뺄래야 뺄 수 없는 위인. 시 <<진달래꽃>>을 보면 그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불필요할 것입니다. 그만큼 그의 시는 한국 시문학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본관은 공주이며 본명은 김정식입니다. 1902년 평북 구성에서 태어난 그는 3.1운동 후에 배재고등학교에 편입하여 학교를 졸업합니다. 이후 그는 1920년대 중반 일본 유학길 도중 귀국하여 '김억'에게 시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얻게 됩니다. 그는 1920년, <<창조>>에 <낭인의 봄>, <춘강> 등을 발표하며 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 유명한 <진달래꽃> 역시 1920년대에 발표한 작품이며 이외에도 <금잔디>, <첫치마>, <엄마야 누나야> 등의 작품을 남겼죠. 그의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은 1925년에 발간된 시집입니다.

 

짧은 활동 기간이었지만 그는 한국 시문학사에 이름 석 자를 영원히 각인시킵니다. 전통적인 서정시의 율격을 갖추면서 감정의 절제를 통해 많은 울림을 주는 시들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훌륭한 문학가들은 왜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을까요. 김소월 시인 역시 생계를 위해 신문 지국을 운영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1934년에 음독 자살로 생을 마쳐야 했습니다.

 

김소월 시인의 시는 전통적 서정시의 율격을 띠면서, 여성적이고 절제된 어조, 민족적 한의 승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시 <먼 후일> 역시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절제되었지만 폭풍 같은 마음이 드러나는 시죠.

 

 

2. 반어법으로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다

이 시는 총 4연으로 이루어진 시로 3음보의 규칙적인 율격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의 주제는 '떠나간 당신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입니다.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잊었느라'라는 반어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렇게도 그리워하는 당신을 무척 그리다가 잊고, 믿기지 않아서 잊습니다. 이는 너무나도 그리워하는 당신을 끝내 잊을 수 없다는 반어적 표현입니다. 1연에서의 '먼 훗날'아주 추상적이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시간의 경과입니다. 이때가 되어서야 당신을 잊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당신을 잊는 날은 구체적으로 생각하나지도 않을 아주 먼 후일 뒤가 와야지 가능할 것이라는 반증의 표현이죠. 

 

아마도 당신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일 것입니다. 당시가 일제강점기였음을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강제로 이별한 상황일 수도 있고, 광복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죠. 어떠한 대상이 되든 간에 당신을 기다리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당신을 먼 후일이 되어서야 잊었노라라고 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당신을 끝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는 말입니다.

 

 

3. 규칙적인 율격으로 '잊었노라'라는 표현은 다짐의 표현이 되다

이 '잊었노라'라는 표현은 연이 끝날 때마다 반복됩니다. '~했노라'라는 표현과 '잊었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면서 시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잘 드러내게 됩니다. 차분한 어조이지만 이러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 김소월 시의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소월 시인이 기다리는 당신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자신이 원하는 세상일 수도, 그 외의 어떤 이상향일 수도 있습니다. 그 당신을 망부석처럼 기다리고 있겠노라는 김소월 시인의 의지는 시련 속에서도 끝내 지금의 기적을 이룬 우리의 의지를 대변하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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