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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모아 시

윤동주, <코스모스> (시 수집 116)

by 알쓸수집가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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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윤동주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또리 울음에도 수집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1. 소년 동주의 마음에 피어난 코스모스 한 송이

윤동주 시인의 서정시는 티끌 하나 없이 순수한 시인의 마음을 예쁘게 드러냅니다. 굳센 의지이든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든 어떤 속물적인 것 하나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 그 자체는 시라는 결정체가 되어 아름답게 빛나고 있죠. 오늘의 시 <코스모스>는 윤동주 시인의 다른 시들에 비해서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좀 더 있을 테지만 시인의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시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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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코스모스 = 아가씨를 형상화한 대상

이 시의 주 소재는 '코스모스'이며 주제는 '코스모스 같은 당신(아가씨)에 대한 사랑'입니다. 사실 코스모스는 우리나라의 토종꽃이 아닙니다. 1900~1910년대 초반 사이에 외국에서 들여온 것을 계기로 100년이 넘은 기간 동안 자리 잡았기에 아주 익숙한 꽃이 되어 버린 것이죠. 이 윤동주 시인이 살아오던 시기에 들어온 꽃입니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청소하고 순수한 사랑의 모습은 잘 담았던 모양이군요. 코스모스를 보고 청초하다는 감정을 떠올리고, 코스모스에서 나의 아가씨를 떠올렸으니 말입니다. 아름다운 아가씨와 코스모스는 동일시되어 화자는 코스모스를 보고 아가씨를 떠올립니다.

 

화자는 아가씨가 그리울 때면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달려갑니다. 특히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에 그리움은 더해진다고 하죠. 추위가 찾아오고 홀로 있는 쓸쓸함이 더 배가 되는 밤일수록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은 더 커지곤 합니다. 그런 마음을 2연에서 표현했습니다.

 

 

3. 수줍어하는 코스모스와 부끄러워하는 나

3연, 코스모스를 마주한 화자.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투영된 꽃이어서일까요, 괜스레 화자는 부끄러워지고 코스모스는 마치 수줍음을 느끼는 듯하다고 합니다. 코스모스가 실제로 그럴리는 없겠지만,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얇은 줄기와 꽃이 마치 수줍게 고개를 이리저리 젓는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코스모스는 의인화되어 우리가 감정을 더욱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소재입니다.

 

그리고 4연에서는 반복을 통해서 나와 아가씨의 서로를 향한 마음이 똑같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치 '내 마음은 호수요'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구절이군요.

 

이렇게 이 시는 4연 8행의 구성으로, '아가씨에 대한 사랑을 코스모스에 투영하여 표현'하고 있는 순수한 사랑시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티끌 하나 없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이 시를 읽고 있으면 가을은 쓸쓸함의 계절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의 계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개인적인 감상

한올한올 혼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며 윤동주 시인의 시 <코스모스>를 떠올려 보세요. 청초하고 순수한 사랑이 담긴 코스모스가 더욱 아름답게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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