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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모아 잡학 맞춤법

뿐, 만큼, 만, 지, 간-의존 명사와 그 외의 띄어쓰기

by 알쓸수집가 2023.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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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 철수의 집에 작고 귀여운 병아리가 태어난 듯하군요. 유정란을 며칠 내내 철수가 직접 품고 있었더니 보람을 맺었나 봅니다. 생명의 탄생에 감동한 철수가 하루마다 병아리의 성장 일지를 일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열흘이 되는 날입니다.

 

태어난지 열흘만에 키가 화분 만큼 컸어요!

 

철수의 일기를 보니 병아리와 행복한 철수가 떠올라 흐뭇하군요. 그런데 잠깐, 철수 요 녀석, 너무 기뻤던 나머지 수업 시간에 배웠던 띄어쓰기를 틀렸습니다. 아마 병아리 때문에 제대로 복습을 하지 못했나 봅니다.


태어난지 → 태어난 지

열흘만에 → 열흘 만에

화분 만큼 → 화분만큼


 

이번에는 같은 형태이지만 의존명사와 조사로 사용하는 단어들의 띄어쓰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한글 맞춤법 41항, '조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다음은 한글 맞춤법 제 41항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이, 가, 는, 을, 처럼, 도'와 같은 조사는 앞말에 붙여서 사용해야 하죠. 조사란 체언이나 부사, 어미 따위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뜻을 도와주는 품사입니다.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죠.


격조사 : 이, 가, 을, 를

 

접속조사 : 와, 하고, 랑

 

보조사 : 은, 는, 도, 까지, 마저, 조차


물론 사용하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조사는 앞말에 붙여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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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영희        꽃이        잎        꺾

 

2. 한글 맞춤법 제 42항,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조사와 달리, 비슷한 형태인 의존 명사는 띄어야 합니다. 의존 명사란 말 그대로 '의존하는 명사'라는 뜻으로,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다른 말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를 말합니다. 이런 의존 명사는 위의 예시처럼 띄어서 사용해야 하죠.

 

 

3.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띄어쓰기

그런데 우리가 헷갈리는 띄어쓰기는 지금부터입니다. 바로 같은 형태인데 어떨 때는 의존 명사, 어떨 때는 조사 혹은 어미, 등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죠. 이것들을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① 뿐 : 너뿐이야 vs 놀 뿐이야

'뿐'이 '남자뿐이다, 셋뿐이다'처럼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뒤에 붙은 경우에는 조사입니다.

하지만 '먹을 뿐이야, 놀 뿐이야, 잘 뿐이야'처럼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나타날 때는 의존 명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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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뿐이야 / 가족뿐이야 / 천 원뿐이야 → 조사(앞말과 붙인다)

 

먹을 뿐이야 / 일할 뿐이야 / 즐길 뿐이야 → 의존 명사(앞말과 띈다)

 

② 만큼 : 하늘만큼 vs 자란 만큼

'만큼'이 '학생만큼, 전봇대만큼'처럼 체언 뒤에 붙은 경우에는 조사입니다. 이때는 앞말과 비슷한 정도라는 뜻을 나타내죠.

하지만 '자란 만큼, 볼 만큼, 애쓴 만큼'처럼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나타날 때는 의존 명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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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만큼 / 너만큼 / 엄마만큼 → 조사(앞말과 붙인다)

 

애쓴 만큼 / 쉰 만큼 / 먹은 만큼 → 의존 명사(앞말과 띈다)

 

③ 만 : 천 원만 vs 사흘 만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의 '만'은 무엇일까요? 여기서의 '만'은 조사입니다. 때문에 앞말과 붙이는 것이죠. 이때는 한정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세 번 만에, 사흘 만에' 등 '만'이 시간의 경과나 횟수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의존 명사입니다. 이때는 보통 ''가 뒤따릅니다. '만'은 조사와 의존 명사 모두 체언 뒤에 오지만 의미에 따라 띄어서 써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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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 나만 / 고기만 → 조사(앞말과 붙인다)

 

하루 만에 / 며칠 만에 → 의존 명사(앞말과 띈다)

 

④ 지 : 큰지 / 떠난 지

'집이 큰지 작은지 모르겠다', '어떻게 할지'의 '지'는 어미 '(으)ㄴ지, -ㄹ지'의 일부입니다. 어미는 앞말과 붙여서 사용해야 하죠.

하지만 '떠난 지 한달 만에, 먹은 지 세 시간 만에' 등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 '지'가 쓰인 경우에는 의존 명사입니다. 이때는 앞말과 띄어서 써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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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었는지 모르겠어 / 할지 몰라 → 어미(앞말과 붙인다)

 

먹은 지 하루 만에 / 한 지 이틀 만에 → 의존 명사(앞말과 띈다)

 

⑤ 간 : 사흘간 vs 서울과 부산 간

'사흘간, 이틀간'처럼 '간'이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입니다. 이때는 앞말과 붙입니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 간', '너와 나 간에' 등 대상 사이의 거리나 관계를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로, 앞말과 띄어서 써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간'이 거리나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지만 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형제간, 동기간, 부부간'과 같은 단어이죠. 이 단어들은 한 단어로 굳어진 것들이기 때문에 붙여서 써야 합니다. 만약 '간'을 써야 하는데 붙여야 하는지 띄어야 하는지 헷갈린다면 국어사전에 입력해 보세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가 되어 있다면 붙여서 써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띄어서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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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 이틀간 / 열흘간 → 조사(앞말과 붙인다)

 

서울과 대전 간 / 엄마와 아빠 간에 / 영수와 철수 간에 → 의존 명사(앞말과 띈다)

 

*형제간 / 동기간 / 부부간 / 자매가 → 한 단어(붙인다)

 

이처럼, 같은 형태이지만 의미에 따라, 혹은 앞말이 어떤 형태이냐에 따라 의존 명사가 되기도 하고 조사 외의 것이 되기도 합니다. 이 단어들은 굉장히 많은 단어에 연결되어 사용되기 때문에 무작정 외울 수는 없습니다. 대신 위의 예문을 보면서 '이럴 때는 붙이고, 이럴 때는 띄는구나' 하는 것을 익혀 놓으면 어떤 문장이 나와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복습 테스트를 한 번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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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밑줄 중 틀린 것을 고쳐 보세요.

 

오늘은 병아리와 산책을 나왔다. 나와 병아리는 말은 안 통하지만 서로간에 눈빛으로 통한다. 병아리가 나만큼 만 자랐으면 좋겠다. 태어난지 열흘 만에 쑥쑥 자랐으니 더 자라지 않을까? 지금 나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는 가족과 병아리뿐이다. 내일이 되면 병아리를 학교에 데리고 갈 거다.

 

 

 

 

 

...정답은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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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오늘은 병아리와 산책을 나왔다. 나와 병아리는 말은 안 통하지만 서로간에(→서로 간에) 눈빛으로 통한다. 병아리가 나만큼 만(→나만큼만) 자랐으면 좋겠다. 태어난지(태어난 지) 열흘 만에 쑥쑥 자랐으니 더 자라지 않을까? 지금 나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는 가족과 병아리뿐이다. 내일이 되면 병아리를 학교에 데리고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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