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꽃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여름에 피는 라벤더를 좋아하는데요. 꽃의 아름다운 색을 보면 "~~빛 동산"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죠. 라벤더는 "보랏빛 동산", 철쭉은 "핑크빛 동산", 자목력은 "자줏빛 동산", 백목련은 "우윳빛 동산", 많은 꽃들이 다채롭게 피어있는 식물원은 "무지갯빛 동산"이죠.
라벤더 = 보랏빛
철쭉 = 핑크빛
자목련 = 자줏빛
백목련 = 우윳빛
느티나무 = 연둣빛
그런데 이 단어들 중 하나,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요? 네, 제가 색깔로 구분해 놨지요 다른 단어들에는 'ㅅ'이 받침으로 들어가 있는데 하나, '핑크빛'만 'ㅅ'이 없군요. 이번에는 사이시옷(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사이시옷이란?
사이시옷이란, 발음할 때 나는 사잇소리 현상을 표기에도 반영한 것을 의미합니다. 사잇소리란 두 개의 형태소 또는 단어가 하나의 합성어로 어울려 발음이 변할 때 새로이 음과 음 사이에 끼어 들어 오는 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경우에 'ㅅ'을 표기로도 적도록 규정해놓은 것이 사이시옷입니다.
초 + 불 = 초불 → 촛불
순대 + 국 = 순대국 → 순댓국
나무 + 잎 = 나무잎 → 나뭇잎
하지만 사잇소리가 난다고 해서 모든 단어에 사이시옷을 적는 것은 아닙니다. 그 조건들을 알아야 하죠.
2. 사이시옷을 적을 조건1 - 합성어인 경우에만
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단일어나 파생어에는 사이시옷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파생어란 접미사나 접두사 등이 붙은 단어를 말하죠. 또한 단일어는 단어와 단어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라, 다른 단어 2개로 쪼개지지 않는 단어를 의미합니다.
해 + 빛 = 햇빛
해 + 님 = 해님
분명 같은 '해'라는 명사에 '빛'과 '님'이 붙은 것인데, 햇빛과 해님으로 다르게 표기해야 하죠. 아마 해님도 발음 때문에 '햇님'으로 사용을 많이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님'은 접미사이기 때문에 '해님'은 파생어입니다. 이때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습니다.
해님(O) / 햇님(X)
3. 사이시옷을 적을 조건2-다음과 같은 음운론적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①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경우
두 단어를 합성할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바뀌면 사이시옷을 적습니다.
*순우리말끼리의 합성어
바다 + 가 = 바다가[바다까] → 바닷가
귀 + 밥 = 귀밥[귀빱] → 귓밥
나무 + 가지 = 나무가지[나무까지] → 나뭇가지
내 + 가 = 내가[내까] → 냇가
선지 + 국 = 선지국[선지꾹] → 선짓국
*순우리말과 한자어끼리의 합성어
귀 + 병 = 귀병[귀뼝] → 귓병
전세 + 집 = 전세집[전세찝] → 전셋집
차 + 잔 = 차잔[차짠] → 찻잔
피 + 기 = 피기[피끼] → 핏기
②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
두 단어를 합성할 때, 뒷말이 ㄴ 혹은 ㅁ인 경우가 있죠. 이때 이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면 사이시옷을 적습니다.
*순우리말끼리의 합성어
이 + 몸 = 이몸[인몸] → 잇몸
코 + 날 = 코날[콘날] → 콧날
비 + 물 = 비물[빈물] → 빗물
내 + 물 = 내물[낸물] → 냇물
*순우리말과 한자어끼리의 합성어
제사 + 날 = 제사날[제산날] → 제삿날
후 + 날 = 후날[훈날] → 훗날
양치 + 물 = 양치물[양친물] → 양칫물
퇴 + 마루 = 퇴마루[퇸마루] → 툇마루
③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두 단어를 합성할 때, 뒷말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경우 'ㄴㄴ'소리가 덧나면 사이시옷을 적습니다.
*순우리말끼리의 합성어
나무 + 잎 = 나무잎[나문닙] → 나뭇잎
뒤 + 일 = 뒤일[뒨닐] → 뒷일
깨 + 잎 = 깨잎[깬닙] 깻잎
→
*순우리말과 한자어끼리의 합성어
사사 + 일 = 사사일[사산닐] → 사삿일
예사 + 일 = 예사일[예산닐] → 예삿일
④ 한자어+한자어 구성이거나, 외래어와 결합된 경우는 사이시옷 적용 대상이 X
사이시옷은 고유어+한자어, 고유어+고유어 구성에서만 적용됩니다. 한자어+한자어이거나, 외래어가 붙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위에서 봤던 '핑크빛'은 '핑크'가 외래어이기 때문에 '핑큿빛'이 아니라 '핑크빛'이 되는 거죠!
외래어가 있는 경우 : 핑크빛(핑큿빛 X) 오렌지빛(오렌짓빛 X) 피자집(피잣집 X)
한자어+한자어인 경우 : 개수(갯수 X) 초점(촛점 X) 전세방(전셋방 X) 대가(댓가 X)
*단 아래의 단어들은 예외입니다. 한자어+한자어 구성에서 다음 6개 단어들은 사이시옷이 들어간 형태를 표준어로 취하니 꼭 기억해두세요! 이 6개를 제외하고는 한자어+한자어는 사이시옷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햇빛'과 '해님', '전셋집'과 '전세방', '맥줏집'과 '피자집' 등, 동일한 문법이 적용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사이시옷에서는 많습니다. 위와 같은 조건들 때문이죠. 어떤 합성어는 사이시옷이 표기되지 않은 형태를 사용한다는 점을 꼭 알아두세요. 헷갈리는 경우들을 한 번 더 보고 마무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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