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민족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통일이 된다면 남한과 북한은 많은 면에서 달랐던 것들을 서로 맞춰야겠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의사소통 수단인 한국어일 것입니다. 기본적인 말투부터 시작해서, 북한에서는 맞게 사용해왔는데 남한에서는 틀리다고 지정해 버린 문법 등 다른 부분들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언어가 맞아야 사람과의 교류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북한 한국어의 특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 우리 리춘희 동무께서는~"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요? 바로 "리춘희"에 있죠. 우리 남한은 성씨에 'ㄹ'이 들어가면 두음법칙에 따라 'ㅇ'으로 바꿔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우리나라는 인명의 경우 맞춤법은 개인 의사에 따라서 선택하기 때문에 "류현진"처럼 "ㄹ"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지만, 대개는 두음법칙을 적용합니다. 그리고 인명을 제외하고는 거진 예외가 없죠.
반면 북한은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ㄹ과 ㄴ은 본음 그대로 발음하죠. 그래서 다음과 같이 발음합니다.
오늘은 두음법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두음법칙, 한자어 ㄴ과 ㄹ이 단어 첫머리에 올 때는 ㅇ 혹은 ㄴ으로 바꾼다
두음법칙은 한자어 ㄴ과 ㄹ이 단어 첫머리에 올 때, ㅇ 혹은 ㄴ으로 바뀌어 적어야 함을 정리한 문법입니다.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뉘죠.
한자어 ㄴ(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 : ㄴ → ㅇ
한자어 ㄹ(랴, 려, 례, 료, 류, 리)가 단어 첫머리 : ㄹ → ㅇ
한자어 ㄹ(라, 래, 로, 뢰, 루, 르)가 단어 첫머리 : ㄹ → ㄴ
이 법칙 때문에 익숙해진 우리는 원래 한자대로면 ㄹ과 ㄴ이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그 발음을 모르는 경우가 많죠. 한자사전를 공부하다 보면 女여자 녀(여)와 같은 경우를 많이 봤을 텐데요. 녀(여)의 표기가 두음법칙을 고려한 표기인 것입니다. 실제로 女가 단어 첫머리에 오면 '녀'로 발음하지 않고 '여'(여자)로 발음하잖아요? 단어의 중간에 오면 '남녀(女)'로 발음하지만요.
① 한자어 ㄴ(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 : ㄴ → ㅇ
이것이 적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녀(女) → 여(女)자 뉴(紐) → 유(紐)대 년(年) → 연(年)세
뇨(尿) → 요(尿)소 닉(匿) → 익(匿)명
이러한 단어들은 단어의 첫머리에 오면 두음법칙이 적용되어 'ㄴ'이 'ㅇ'로 바뀝니다. 접두사가 앞에 붙어도 '신여성', '공염불'처럼 두음법칙은 유지되죠.
단, 의존 명사에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단어들은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십 년 열 냥
*年은 명사로 쓰이면 '연', 의존명사로 쓰이면 '년'이 되니 잘 확인해야겠죠?
- 연 강수량(명사)
- 일 년(의존 명사)
- 생산 연도(명사)
- 2018 년도(의존 명사)
② 한자어 ㄹ(랴, 려, 례, 료, 류, 리)가 단어 첫머리 : ㄹ → ㅇ
이것이 적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량(良) → 양(良)심 룡(龍) → 용(龍)궁 력(歷) → 역(歷)사
류(流) → 유(流)행 례(禮) → 예(禮)의 리(理) → 이(理)발
이 역시, 의존 명사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리가 남았냐?'의 '리'는 그대로 '리'로 쓰면 되죠.
또한 외자로 된 이름을 성에 붙여 쓸 경우에도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장수, '신립'은 '신입'이라고 쓰지 않죠.
몇 리 → 그대로
신립 → 그대로
③ 한자어 ㄹ(라, 래, 로, 뢰, 루, 르)가 단어 첫머리 : ㄹ → ㄴ
한자어 ㄹ은 때에 따라서 ㅇ과 ㄴ으로 바뀝니다. 그러니 ②와 ③은 구분해서 알아주세요. 이것이 적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락(樂) → 낙(樂)원 뢰(雷) → 뇌(雷)우 래(來) → 내(來)일
루(樓) → 누(樓)각 로(老) → 노(老)인 릉(陵) → 능(陵)묘
조선 왕릉은 릉(陵)으로 쓰지만, 능묘는 '능'으로 사용하는군요. 역시 단어 첫머리 이외의 경우에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 두음법칙의 특별한 예외, '렬'과 '률'
두음법칙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은 바로 이것입니다. 특별히, 고유어든 외래어든 모음이나 'ㄴ' 받침으로 끝날 때, 뒤이어지는 한자어 '렬', '률'은 '열', '율'로 적죠. 단어 첫머리 외의 경우에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칙의 예외인 셈이죠.
① 렬(列) → 나열('나'가 모음으로 끝나기 때문)
*원래는 병렬(列)
② 률(律) → 규율('규'가 모음으로 끝나기 때문)
→ 선율('선'이 ㄴ받침으로 끝나기 때문)
*원래는 법률(律)
③ 률(率) → 비율('비'가 모음으로 끝나기 때문)
→ 환율('환'이 ㄴ받침으로 끝나기 때문)
→ 백분율('분'이 ㄴ받침으로 끝나기 때문)
*원래는 시청률(率), 에너지률(率)
가장 많이 헷갈리는 것이 '왜 백분율은 '율'이고, 시청률은 '률'일까?'였을 겁니다. 바로 이 두음법칙의 예외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이 점들을 잘 알면 두음법칙의 기본과 그 예외사항, 많이 헷갈리는 '렬'과 '률'의 변환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북한 뉴스를 보면 참으로 다양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는데, 그래도 한국어로 말이 통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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