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잘 먹던지 / 먹든지 말든지 : 던지와 든지, 로서와 로써

한국어 중에는 발음이나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그 뜻에 차이가 있어서 올바르게 구별하여 써야 하는 경우가 많죠? 제가 예전에 다뤘던 "있는 데 / 있는데"의 경우도 생김새가 똑같지만 뜻에 차이가 있어서 띄어쓰기를 구별하여 해야 하는 경우였습니다.

 

https://c-knowledge.tistory.com/2

 

이번에는 또다른 헷갈리는 형태의 말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바로, '던지/든지'와 '로서/로써'입니다.

 

 

던지/든지

로서/로써

 

500

 

1. 던지와 든지

철수 : 영희가 밥을 얼마나 잘 먹던지, 보는 내가 배가 부르더라!

승희 : 나는 걔가 밥을 잘 먹든지 말든지 관심 없어. 지난번에 나를 놀렸었거든! 흥!

 

이런, 영희의 대식가 기질에 놀란 철수의 말에 승희는 관심이 없군요. 아마 영희한테 삐져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자, 그런데 여기서 철수는 '던지'를, 승희는 '든지'를 사용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둘을 헷갈려 '든지' 자리에 '던지'를 쓴다든지, '던지' 자리에 '든지'를 쓴다든지 할 테죠. 이 둘의 차이는 뭘까요? 둘은 사용하는 때가 다릅니다.

 

① 던지 : 과거의 경험과 관련된 일을 말할 때 붙는다!

'던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입니다. 특히 과거의 경험을 말할 때 사용하죠. 위에서 영희가 밥을 잘 먹은 것은 과거의 시점이죠. 어제가 되었든, 몇 시간 전의 점심시간 때가 되었든, 며칠 전이 되었든 과거에 영희가 밥을 잘 먹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던지'를 쓰는 거죠.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쓰기 때문에 '던지'가 들어간 문장에는 감탄의 의미가 섞여 있을 때도 있습니다.

 

*예문)

철수가 어쩜 그렇게 잘 뛰던지! 

 

얼마나 춥던지 손이 다 얼었어!

 

아빠가 술을 얼마나 마셨었던지.

 

친구네 강아지가 그리 똑똑하던지.

 

 

② 든지 : '선택'을 나타내는 문맥에서 사용

'든지'는 '던지'와 달리 선택을 나타내는 문맥에서 사용합니다. 1. 뒤에 나열된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의미로 사용하거나, 2.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이 없다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하죠.

 

*1. 예문)

공부를 하든지 피아노를 연습하든지 해. → 공부/피아노 연습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의미

 

빨래를 하든지 청소기를 밀든지 안 하면 혼난다! → 빨래/청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의미

 

*2. 예문)

먹든지 말든지 상관 없어. → 먹다/안 먹다 둘 다 상관 없다는 의미

 

놀리든 말든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 놀리다/안 놀리다 둘 다 상관 없다는 의미

 

다시 맨 위의 예문으로 돌아가면 승희는 영희가 밥을 잘 먹거나 안 먹거나 상관이 없다는 의미의 말을 했죠.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던지'가 아니라 '든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2. 로서와 로써

A : 이 비상금은 아이의 등록금으로서 사용할 거야.

B : 이 비상금이 아이의 등록금으로써 사용되었으면 좋겠어.

 

아이들을 위해 피땀 흘려 돈을 모으는 부모님의 보살핌에 감사를 표해야죠. 그런데 A와 B, 비슷한 문장인데 A는 로서, B는 로써를 사용했습니다.

 

① 로서 :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낸다

'로서'는 지위, 신분, 자격을 나타낼 때 붙어 사용됩니다. 위 A 문장에서, 비상금에는 '등록금'이라는 지위가 주어진 것이죠. 많고 많은 지위(등록금, 생활비, 수술비, 여행비 등등) 중에서 등록금이라는 지위를 가진 것이기 때문에 '로서'가 사용된 것입니다.

 

*예문)

그것은 교사로서 할 일이 아니다. → 로서 : 교사라는 신분

 

그는 친구로서는 좋으나, 남편감으로서는 아니다. → 로서 : 친구라는 지위

 

언니는 아버지의 딸로서 부족함이 없다. → 로서 : 딸이라는 자격

 

② 로써 : 재료나 원료,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낸다

'로써'는 재료, 원료, 수단 및 도구를 나타낼 때 붙어 사용됩니다. 위 B 문장에서, 비상금은 '등록금'의 재료(원료)죠. 등록금이라는 무엇인가가 완성되기 위해 재료로 비상금이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여기서는 '로써'를 쓴 것입니다.

 

*예문)

쌀로써 떡을 만든다. → 로써 : 쌀이라는 재료

망치로써 못을 박아라. → 로써 : 망치라는 도구

옷을 입음으로써 추위를 막다. → 로써 : 추위를 막는 수단(옷을 입는 것)

 

 던지와 든지, 로서와 로써는 굉장히 많이 헷갈리는 표기입니다. 둘 다 자주 쓰기 때문에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 더 어렵고, 비슷해 보이는 문장인데 다르게 쓰이기도 하니 더 힘들죠. 하지만 구분 방법을 알면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