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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모아 시

나태주, <선물> (시 수집 6)

by 알쓸수집가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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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이번 시는 나태주 시인의 <선물>이라는 시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 하면 따뜻함, 포근함, 사랑 등 참으로 아름다운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시로 이렇게 아름답게 말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나게 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전통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신비로움, 미묘함, 삶의 정경, 인정과 사랑' 등을 노래하죠. 특히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찾아냅니다. 국민 시 중 하나인 <풀꽃> 역시 이와 같은 과정으로 탄생한 시죠.

 

나태주 시인에 대해서는 보다 자세하게 소개해야겠지만, <선물>이라는 위의 시 역시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한 시입니다. 위 시는 3연 9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늘입니다'-'당신입니다'-'기쁨이겠습니다'라는 서술어 종결의 구조규칙적인 선율로 '세상에서 당신은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주는 시입니다.

 

이 시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만 보면 어떤 여성에게 바친 사랑시 같지만, 사실 이 시는 나태주 시인과 함께한 한 출판사 편집장에게 주었던 시입니다. 시인이 직접 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회갑을 넘기고 62세 교직정년 나이쯤 해서 시 전집을 내고 싶었는데, 고요아침이란 출판사와 얘기가 되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교정을 열 차례 이상 보았지만 그래도 오자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그 출판사의 김창일 편집장이 전집을 편집했지요. 여러 차례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받다가 마음으로 가까워졌고 그를 통해 여러 가지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여기서의 이야기는, 편집장의 눈물에 관한 것입니다. 편집장은 시를 읽다가 컴퓨터 앞에서 흐느껴 운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마 말로 형언하기 힘든 어떤 감정이 왈콱 쏟아졌을 것입니다. 이를 들은 시인의 가슴 속에서 어떤 문장이 떠올랐고, 그 이래로 곧장 이메일에 어떤 문장을 적어나갔는데, 그 문장이 바로 이 시였던 것이죠. 아래는 이 시의 의미에 대해 나태주 시인이 직접 한 말입니다.

"선물은 공짜로 받는 물건이고 귀한 물건, 소중한 그 무엇입니다. 호되게 병을 앓거나 고난을 겪어 본 사람은 압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루하루 우리가 받는 지상의 날들이 선물입니다. 생명이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고귀한 선물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내 앞에 있는 당신, 가끔 말을 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투정도 부리는 당신이 나에게 그럴 수 없이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진작 이것을 깨달았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마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과 콧노래 한 구절이 나에게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 된다고 그랬습니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나태주 시인의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힘, 사람을 사랑하는 힘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사랑은 단순한 애정이 아닙니다. 상대방 그 자체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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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 선물

주제 : 오늘과 당신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임을 깨닫게 해 줌

특징 : 규칙적인 리듬, 서술어 종결의 유사 구조

 

 

♣개인적인 감상

이 시에 얽힌 이야기를 보며, 나태주 시인은 참으로 '사람을 아끼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좌절의 순간, 저런 위로를 받는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요. 우리 모두는 그 자체로 가장 커다랗고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비록 직접 연결되진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모두가 기쁨이고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시인은 오늘도 계속 시를 쓰고 있을 것입니다. 

시는 규칙적인 리듬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짧지만 큰 울림이 있는 이 시를 읽으면서 오늘의 선물과 기쁨에 대해서 생각하면, 오늘 하루를 조금은 더 희망차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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