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곱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1. 시인 도종환에 대해서
도종환 시인은 시인 출신으로 50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정치 활동 이전에도 시인으로서 대단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대중들에게도 알려진 분이죠. 시인 도종환으로서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1955년 충북 청주 출생입니다.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에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그의 이름이 알려진 시집은 1986년에 출간한 <<접시꽃 당신>>입니다. 이 시집은 시 <접시꽃 당신> 외에도 사별한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담은 시들이 많습니다. 이후에는 <<당신은 누구십니까>>(1993), <<슬픔의 뿌리>>(2005)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진 시집을 출간하였습니다.
그의 시 주제는 한 갈래로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로는 민중의 모습을 담은 시를, 때로는 사랑시를, 때로는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시를 써왔으며 1993년에는 전교조 활동으로 투옥된 자신의 상황이 드러나는 시를 쓰기도 했죠. 그런 그의 다양한 시를 관통하는 것은 '소박하고 순수한 시어'입니다. 관념적이고 어떤 심오한 시어보다는 일반적이고 소박한 시어를 사용하며 시에 담긴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습니다. 오늘 감상할 시 <흔들리며 피는 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에는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투박하기까지 한 시어와 구성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가슴속에 더 깊게 다가오는 그런 시입니다.
2. 비가 올 때 읽기 좋은 시
시는 크게 2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연과 2연은 '~랴'라는 감탄의 종결어미,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반복적인 시어의 사용, 같은 운율감으로 대칭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사랑과 삶은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되어있다'라는 메시지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1연에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라는 메시지로 시작합니다. 여기서의 꽃은 1연의 마지막 행인 '사랑'입니다. 모든 아름다운 꽃, 즉 아름다운 사랑은 흔들리면서 피어나고 줄기를 튼튼히 한다고 합니다.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해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듯합니다. '사랑은 시련을 맞으면서 더 단단해진다. 그러니 그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좌절할 필요 없다'라고 말이죠.
2연에서는 '젖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라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여기서의 꽃은 마지막 행인 '삶'입니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좌절의 순간을 매우 많이 겪습니다. 때로는 그 좌절로 인해 무너지기도 합니다. 시인은 이러한 우리들에게 '삶은 시련을 맞이하고 그걸 극복하면서 더욱 단단해진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 시련을 넘으면 자기는 더더욱 단단해져 있을 것이고, 마침내 꽃피울 것이다'라고 말이죠. 2연에서의 꽃은 바람과 비에 젖습니다. 하지만 그 바람과 비는 시련이면서도 꽃을 더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아름답게 만드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자연을 살펴봐도 바람과 비는 꽃이 피어나는 데 꼭 필요한 자연현상이죠.
시인은 1연과 2연에서의 꽃의 시련과 성장 모습을 통해서,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는 의지와 인생의 진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시에서 모든 내용은 단순한 자연현상입니다. 비와 바람을 맞으며 흔들리다가도 그것들을 양분 삼아 꽃피운 하나의 생명에 대한 이야기죠. 이에서 시인은 고통, 고뇌, 슬픔 등이 삶과 사랑을 성숙하게 만드는 존재이니 이를 회피하지말고 정면으로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떠올렸습니다.
♣ 개인적인 의견
저는 이 시의 '~으랴'라는 어조가 참으로 좋습니다. 좌절을 겪은 사람에게 강한 어조로 기운을 복돋아주는 듯하기 때문이죠. 흔들리지 않고 결실을 맺는 사랑, 일, 학업, 건강은 없습니다. 모든 것에는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시련이 항상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는 그러한 시련을 두려워하죠. 당연합니다. 시련은 내 시간과 돈, 건강을 앚아가고, 때로는 살의 의욕마저 앚아가니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일 해야 할 회사 일에 대한 시련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련은 결국 넘어야 하는 법이죠. 시련을 넘으면 우리는 더 단단해져서 똑같은 시련이 다시 찾아와도 더 쉽게 넘어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좋은 결말을 이뤄내게 되겠죠. 이러한 희망과 의지를 이 시를 읽으면서 다시 다잡아야겠습니다. 내일 찾아올 시련에 다시 좌절하겠지만, 이 시를 떠올리며 또 다시 에너지를 내서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모아모아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지용, <유리창> (시 수집 39) (1) | 2023.05.10 |
---|---|
나희덕, <오분간> (시 수집 37) (2) | 2023.05.08 |
정지용, <고향> (시 수집 35) (0) | 2023.05.05 |
나태주, <네가 알 것만 같아> (시 수집 34) (0) | 2023.05.02 |
신석정, <오월이 돌아오면> (시 수집 33) (0) | 2023.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