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알 것만 같아>, 나태주
라일락꽃
시계풀꽃
꽃내음에홀려
창문 열면
5월의 부신 햇살
싱그런 바람
왠지 나는 부끄러워라
내가 너를 생각하는 이 마음을
네가 알 것만 같아
혼자 서 있는 나를
네가 어디선 듯
숨어서 가만히 웃고 있을 것만 같아서.......
1. 따스한 5월에 읽기 좋은 시 한 편
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했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들 중에는 짧지만 여운이 강한 시들이 많죠. 가장 대표작 <풀꽃>을 포함하여, 그는 단 몇 줄만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언어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매우 섬세하며 마음을 간지럽히는 언어들입니다. 오늘은 그중 5월에 어울리는 시, <네가 알 것만 같아>를 감상해 보죠.
*나태주 시인의 다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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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음도 일렁이는 5월의 풍경
3월, 4월이 지나 5월이 되면 만개한 꽃들과 무성해져 푸르른 식물들이 상쾌하고 활동적인 자연의 모습을 그립니다. 또한 날씨 역시 한껏 포근해져 따뜻하다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죠. 5월은 달로 따져봐도 참으로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달입니다. 가족과 관련된 국가기념일이 있고, 이로 인해서 가족행사들이 많이 잡히죠.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봄나들이를 가는 연인들이 넘쳐납니다.
주위의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우리 역시 괜스레 가족, 연인이 생각납니다.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전염되는 거죠. 이 시 역시 이러한 마음이 화자의 가슴속에 불어왔습니다. 창문을 여니 부신 햇살과 싱그런 바람이 붑니다. 집안에 들어온 꽃내음은 더더욱 코를 맴돌고, 그런 화자의 가슴속에는 '왠지' 모를 마음이 생깁니다. 자연스럽게 어떠한 마음이 주위의 풍경 덕분에 들어온 것이죠.
그 마음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왠지 바로 다음에 이어진 '나는 부끄러워라'라는 말은 이러한 5월의 풍경을 보니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너가 생각나, 너가 이 앞에 없음에도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거죠. 짝사랑이든 사랑이든 사랑하는 상대방은 내 일상에 스며들어 갑자기 생각나곤 합니다. 특히 '돌아다니고 싶은 따뜻한 날씨', '예쁜 자연 경관' 등은 상대방과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단골 상황이죠.
'내가 너를 생각하는 이 마음을 / 네가 알 것만 같아'는 과연 짝사랑하는 화자의 소망일까요, 서로 사랑하고 있는 연인 관계에서의 애정일까요. 무엇이 되든 상관 없습니다. 그 사람이 생각나는 지금의 상황, 그리고 그 사람을 떠올리며 웃고 있을 화자의 모습 자체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따뜻한 감정은 마지막 부분까지 이어집니다. '숨어서 가만히 웃고 있을 겉만 같아서'를 읽으면 우리도 왠지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우리 역시 이러한 상황에 공감이 되고, 직접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개인적인 의견
나태주 시인은 이렇듯 간단한 소재와 짧은 문장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일렁이게 합니다. 이 시를 읽는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제가 이 시에 몰입되고, 공감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를 읽고 창밖을 바라보니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오늘은 왠지 그 아이들과 같이 뛰어놀고 싶은, 그리고 언젠가 그런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부모가 되고 싶은 5월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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